할아버지 산소 가는 길... 지수1250 09-06 18:19
지난 휴일 할아버지 산소에 벌초를 하러 가는 길의 산촌 마을 풍경입니다. 어렸을 적에 아버지를 따라 다닐땐 그리 멀게만 느껴지고 험하기만 하던 길 이였는데... 그땐 오가는 차들도 없어서 아침을 일찍 먹고 집을 나서야만 오전중에 산소에 도착 할 수 있었고 벌초를 시작 할때쯤엔 거의 점심때가 돼서 허기를 느끼곤 했었지요. 집에서 할아버지 산소까지는 30여리 길...!! 장손집안 맏아들이라고 아버지는 늘 데리고 다니셨지요. 잰걸음으로 부지런히 걸어도 신작로 길 보다 산길이 더 많아 네시간은 족히 걸렸던 길...!! 겉으로는 아버지가 무서워 표현을 못했지만 왜 이렇게 멀리에 까지 와서 산소를 썼는지 하며 투덜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마음에 내 생전에 한번도 보지 못했던 할아버지 셨는데...하는 생각도 들었구여. 가끔은 벌초를 하다가 땅벌에 쏘이기도 했고, 산소까지 가는길 풀섶에서 쐐기에 쏘이는 것은 거의 다반사 일이고, 벌초를 끝내고 어머님이 싸 주신 점심밥은 그야말로 꿀맛이였지요. 그런데 이 길이 이제는 멀지 않게 느껴지고 더 정답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윤지요. 올해가 윤년이라고 묘지 이장을 해도 괜찮은 해라고 해서 할머니와 어머니가 누워계시는 곳으로 합장을 하려고 합니다. 이제는 내게 주워진 일들이니 할머니와 합장도 해 드리고, 어머니 산소도 다시 손을 보려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런 저런 핑계로 미뤄왔던 일들이라... 이제야 불혹을 넘기고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가 돼서야 철이 들고... 나도 이제 나이를 먹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도 들고요. 특히나 어머님 산소에 갈때마다 느끼는 것은 내나이 스물여덟 군복무중에 돌아 가셨는데 살아 계실때 잘 해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도 많고... 늘 자식된 도리를 다 못함에 죄스러움을 가슴에 품고 살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