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소풍에 흰 쌀밥으로 만든 김밥을 가지고 온 아이를 부러워하던 수줍은 어린이는 아무도 보지 않는 산골짜기 개울가 옆에서 혼자 보리가 섞인 도시락 점심을 먹습니다.
난로도 피우지 않는 교실에서 차디찬 도시락을 먹던 소년에게 김이 나는 스티로폼으로 된 검정색 보온 도시락은 또한 어떠했을까요?
중학교도 진학하지 못한 한 초등학교 급우가 고등학교 체육대회 날 교정 앞 나무 옆에서 학생들을 바라보던 그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어느 종목은 로켓처럼 솟아오르기도 하여 수많은 투자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견고함을 자랑하던 종목이 급락하여 해당주식 투자자들을 낙담하게도 합니다. 챌린져우주선과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처럼 말입니다
그리 짧지 않은 삶을 살면서 아직도 부러운 것이 많고 알고 보면 별 것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우쭐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을 보면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필요 이상의 부러움과 우쭐댐은 훌훌 벗어 던져버리고 싶습니다. 내가 선택하지 않고 내가 가보지않은 길은 아무 의미가 없건만 보이는 환영과 들려오는 부정확한 소문에 한 눈을 팔다가 손안의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한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내가 걸어 온 길과 지금 가진 것들은, 그렇지 못한 것들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2003/8/26(화) 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