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에 휩쓸리면 코스모스펀드 01-04 14:10
이름: 이기섭 2003/10/15(수) 17:04 분위기에 휩쓸리면   강남 증권사 방문길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목적지인 11 층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다섯 명 정도의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왔다. 그 들은 9 층 버튼을 눌렀고 대개 그렀듯이 한 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어떤 사람은 엘리베이터 천정을 멍하니 쳐다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바지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대책 없이 서 있다.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엘리베이터 안에 있을 경우 사람들의 그런 행동을 조용히 관찰하는 습관이 있다.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리 이번에 같이 엘리베이터에 오른 사람들는 거래처 사람들과 함께한 말이 많은 무역회사 사람들이었다. 문 쪽에 가까이 서 있는 사람은 이두호씨 만화의 장독대처럼 머리 숱이 많은 사람이었으며, 뒤에 선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고바우 영감님과 비슷하게 머리털이 전신주처럼 듬성듬성 서 있는 인상이 머리까지 환한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이 먼저 입을 열었다. “ 그 머리 내게 반만 수출 하시오” 느닷없는 해외 바이어의 주문에 잠시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던 장독대 아저씨, “ 이 것도 부족한데.... 정 그러시다면 흰 머리만 수출하겠습니다.” 인상이 환한 아저씨, 안색이 어두워 지더니 비감한 어조로, “ 아무리 그래도 불량품은 받을 수 없지, 안 그래요? 하지만 50 % 불량품은 수입할 용의가 있소..“ 이윽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눈에 익은 증권사는 온데 간데 없고 웬 무역회사가 눈 앞에 나타났다. ------ 9 층에서 11 층까지 걸어 올라가면서, 만일 주식시장에서 분위기에 휩쓸리게 되면 이렇게 원치않는 길을 가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