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대꾸한 것이 후회되는구나...." 코스모스펀드 01-04 14:16
이름: 이기섭 2003/11/22(토) 10:58 "내가 말대꾸한 것이 후회되는구나...."   " 저 것이 이 시어머니를 경히 여기지 않고서야  이렇게 음식을 맛없이 만들어 줄리가 없지...  " 제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어머니에게 가끔 하시던 말씀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장이 서는 날이면 십리나 되는, 먼지 나는 자갈길을 걸어 갈치와 다른 반찬들을 사서 머리에 이고 옵니다. 그리고 깨끗이 씻은 갈치를  토막을 내어 채반에 널어 말립니다. 그 갈치는 끼니 마다 두 토막씩 숯불에 구워 할머니 상에만 올려 드렸습니다. 저도 할머니 상의 갈치는 눈으로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보리는 밥을 할 때 늦게 불을 뿐만 아니라, 익는(호화)속도가 달라 식구들은 보리쌀을 먼저 한 차례 끓인 후 다음에 쌀을 섞어 혼식을 하지만, 어머니는 가마솥 식구들 밥 한 쪽에 쌀 한줌을 따로 놓아 하얀 쌀밥을 만들어 할머니 상에 올려 드립니다. 아버지는 쌀밥을 싱겁다고 하시면서 보리밥만을 드셨습니다. 귀한 쌀을 아끼시기 위하여 그러신다는 것을 모르는 식구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여전히 음식을 맛없이 해준다고 타박을 하시고 다른 식구들은 할머니의 까탈스러움에 섭섭해하면서 그렇게 산자락 양지쪽 작은 마을의 시간은 흘러, 할머니의 마지막 생애는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이제 어머니의 올 춘추가 여든 하나.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의 춘추였던 여든 두살을 한 해 앞두고 계십니다. 어제는 아파트에 장이 서는 금요일 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작은 비닐 봉투를 제게 내밀었습니다. 집사람 동태찌게가 맛이 없어 그 옛날 고향에서 손수 끓여 드시던 찌게 생각이 간절하셨던 것입니다. " 에미야, 네가 끓인 동태찌게가 너무 맛이 없다. 내가 내식대로 한 번 끓일테니 잘 봐두거라." 오늘 아침에 어머니께서 손수 동태 찌게를 끓여 드셨습니다. 식사를 마치신 후 저는 어머니 방으로 찿아가 여쭈어 보았습니다. " 어머니, 옛날 고향 스타일로 찌게를 끓여 드시니 맛이 어때요? " " 네 할머니 말이다, 노인이 까탈스럽다고  그 분께 말대꾸한 것이 몹시 후회 되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