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에 나갔던 누렁소가 지게를 지신
아버지 뒤를 따라 사립문을 들어섭니다.
암소가 외양간에 앉아
그 큰 눈망울로 여물을 재촉하면
초가집 모여있는 동네 여기 저기에
연기가 오르기 시작합니다.

소 여물을 쑤는 부엌에
구수한 여물냄새가 흐르고
아궁이에서는 군고구마가 익어갑니다.

어머니에게 드리는 고구마
그러나 어머니는 안드시겠다고 하십니다.
어머니에게 드리고 싶었는데
안드신다고 하니 화가 난 아들은
껍질을 벗긴 고구마를 아궁이 재속에 던져버렸습니다.
아까워서라도 다음부터는
어머니 몫을 드시게 할 요량으로 그랬던 것이지요.









지금쯤 시골에 가면
김장김치가 뒷꼍 지푸라기 아래
땅속에 숨어 있고,
무우 구덩이 속에서 무우는
손님상에 불려 갈 날을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아들 녀석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그 때 갑자기 어머니와 함께 있던
외양간 아궁이가 생각이 납니다.

혹심한 가뭄
마른 논에 물이 들어 가는 것과,
자식의 입에 음식이 들어가는 것을 보는 것 만큼
흐믓한 것도 드물다는 옛말과 함께



가슴이 사무치도록 후회가 밀려옵니다.
비록, 한 개 뿐일 지라도
혹시 어머니께서 먹을 것을 주시거든
눈물을 삼키면서 받아먹으세요.

어머니께서 바라시는 방법으로
효도하는 법을 깨달으실 때는
이미 늦을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