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알고 싶습니다.  







   

시골 농부들에게 논은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소중한 삶의 터전인 동시에 목숨을 거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봄이 되면 한가로이 굽은 논두렁 논에 물이 넘실거리고
그 논에 못자리의 모를 쪄서 손으로 모내기를 한 후
새벽들길 농부는 매일 논을 살피러 나갑니다.

한 여름 땡볕이 대지를 불사르듯 내려쪼여
나무 그늘 아래의 매미소리 마저 지쳐갈 때면
논바닥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집니다.

가뭄에 타들어 가는 농부의 가슴은
논 둑 옆 마른 시냇가 바닥에 판 웅덩이에 물이 고이면서
그제야 한 숨에 식어내립니다.

두레로 시냇가 웅덩이의 물을 품어
논으로 물을 대던 그 여름이
아스라히 먼 기억 속에  어른거립니다.

아버지와 형님이 마주 서서 두레질을 하던 그 웅덩이는
지금은 갈대 우거진 냇가 풀 숲 속에 잠들어 있습니다.
그 여름 맑던 하늘과 바람과 풀냄새를 그대로 간직한 채...

아버지는 산자락에 누워 그 논과 시내를 내려다 보시고
형님은 자신이 태어난 집 옆 양지쪽에 묻힌 채
아버지가 누워 계신 산 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는 알고 싶습니다.

제가 무엇에 내 삶을 의탁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에 목숨을 걸고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