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늦둥이 녀석 이 웃게 해 줍니다. 코스모스펀드 01-04 14:30
이름: 정원사 2005/8/18(목) 가끔, 늦둥이 녀석 이 웃게 해 줍니다.     늦둥이 아닌 늦둥이를 키우며, 이 녀석 덕분에 가끔 웃습니다. 가난한 시골 살이 에 불편한 것이 워낙 많고 보니,  생활 속에서 웃음 배어 나오기가 쉽지 않은데. 물정 모르는 어린 녀석 땜에 가끔 웃을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잘난 남편을 둔 덕 으로 아내가 생활 전선에 뛰어 들어 있다 보니, 마흔 넘어 본 둘째 녀석은 제가 보살필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다 보니 이 녀석, 아빠에게서 잠시라도 떨어지면 큰일 나는 줄 안답니다. 내가 밖으로 나가려는 기척만 보이면 제 하던 일  덮어두고 무조건 따라 나섭니다.밭에 나가도, 마당에서 풀 한포기 뽑으려도, 심지어 마당가에 매어져 있는 백구 녀석 에게 사료 한바가지 잠깐 퍼주고 들어온다 해도 기어이 따라 나와야 됩니다. 아주 찰거머리입니다. 엄마 다녀 갈 적에,  같이 가서 엄마하고 며칠만  같이 있다가 오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들은 체도 하지 않습니다.       때론 엄마가, “우리 효동이 이번에는 엄마하고 같이 가자, 그러면 맛있는 아이스크림 도 많이 먹을 수 있는데,”  이런 말이라도 한마디 하면, 즉시 일어나  엄마의 등을 떠밉니다. 그런 말 하려면 빨리 가라는 거지요. 좀 전에는 TV에서  마법천사 인지 뭔지 하는 프로를 방영하고 있었습니다.  제 언니하고 두 녀석이 TV 화면에 넋 이 빠져 있더군요.  슬그머니 현관 쪽 으로 갔습니다.  녀석 딴 데 정신 팔고 있을 때 홀 가분 하게 산책이라도 나갔다 올까 몸을 일으킨 것입니다. 헌데. 현관문 여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녀석이 벌떡 일어났습니다. 나와 텔레비전을 번갈아 쳐다보며 잠시 갈등 하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잠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제 나름 대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언니야!   아빠랑 나갔다 올 테니까, 테레비한테 마법천사 끝나지 말라고 말해! 알았지?“   언니에게 그리 당부 해놓으니 안심이 되는지  표정도 밝게 제 먼저 앞서서 밖으로 나가 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