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로 사는 것도 투쟁해야 하더이다. 코스모스펀드 01-04 14:38
이름: 산개울 2005/9/4(일) 명대로 사는 것도 투쟁해야 하더이다.   82세로 올 4월에 돌아가신 아버님은  3년전 서울에 있는 작은 아들집에 잠시 놀러가신적이 있었다. 부모님이 오셨다고 안방을 비워주어 돌침대에 주무시게했는데 화장실 간다고 내려오다가 침대끝 모서리에  넘어져  어쭙잖게  큰 타박상을 입고  부산으로 급히 호송되어  1년반을 대소변을 받고 누워계시면서 죽을 고비를 몇번  넘기다가  기적같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셨다.   벌써부터  식사를 하고도 밥을 먹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증상등  여러가지 치매증상을 앓고 계셨는데 그러다가도  식사를 하셨다고 말씀드리면 " 내가 이상해 졌나  왜 이러지"  하면서 더 식사를 달라고 조르지는 않으셨다.    젊은시절  나름대로 주위분들에게 존경을 받아왔던 아버님이기에  나날이 정신이 쇠약해지고  치매증상으로 기억력이 흐려져 국민학교 어린이 같이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 아야 한다는 것은  앞으로 누구도 노후에 치매증상을  피해간다고 장담할 일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하기에는 충분하였다.  하지만   아버님이 아무리 이상한 행동을 하셔도  우리 가족 누구도 아버님을 존경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평소에 그분이 살아오신 모습때문이었다. 그후 복지관의  치매노인 학교에 다니던 아버님은  봄소풍을 즐겁게  다녀와서  무리를 했는지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가래가 끓어 숨이 잘 쉬어지지 않고 병세가 심해지자  목에 가래 를 뽑아내는 호스를 달고  여러가지 급한 응급 조치를 해야한다는 소견을  의사가 가족들에게 밝혔 는데  그것을 눈치챈 아버님은  그 기억력 없는 치매증상 중에도 " 그렇게까지 하면서 목숨을 연장하 여  구차하게  살아도 죽은 목숨과 마찬가지인데   나는 명대로 살았으니  조용히 내 죽음을 준비하 고  싶다."  는 당신의  의사를   또렷 또렷하게 가족들과  치료하는 의사 앞에서  밝히셨다. 하지만 증세가 악화되자 상황이 급해졌다.   가족들도 아버님을 살리고 싶은 생각으로 아버님의 의견을 쫓는것보다  강제적으로라도  급한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갈등중에 놓이게되었다. 급해진  간호사들은  목에 있는 가래라도 우선 빼내기 위하여  호스를 넣기 위해 몇번이나 시도하려 하였으나   체력적으로도 소진한 그 상황에서도  죽기살기로 그것을 하지 못하게 고함을  치고 제지 를 하느라  나중에는 목이 쉬고  숨을 더욱 할딱거리게 되었는데    " 명대로 죽고싶다  제발 집으로 가자 " 는  말을  수없이  되뇌이곤 하셨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그 다음날은 아예 말문을 닫아 버리시고  죽도 입에 넣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가족들은 모여 급히 대책을 의논하였는데  의견의 반반이었다.  "지금이라도 의사의 지시에 따르자,"   "  아버님이 원하는대로  죽음을 준비하게 해드리자 ."    그러던 중 아버님의 신음소리를 듣고  모두  급히 당신 곁으로 모이니  아버님은 눈빛과 표정으로  너무나 애절하게  당신 의사를 표현하고 계셨다. 가족들은   아버님의 목숨을 여기서 포기해야 한다는 것에 모두  가슴 찢어지는  눈물을 지으며 그냥 약물치료만으로도 회복되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되었는데 오후가 되자  조용히 계시다 딸국질  몇번 하시더니  저 세상으로 우리곁을  떠나고야  말으셨다. 참으로 황망한 일이었다.  의료적인 기술로 얼마든지 살릴수 있는 가망성이 있었을지 모르는 분을 당신의 의사가 워낙 강경하여 그렇게 따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 더욱 그러했다.   또한 그렇게 아버님 뜻을 따를수 밖에 없었던 가장큰 이유는 어머님의 영향도 컸다.  평소  목에 호수를 꽂고 옆에 오줌통을 차고 몇년씩 앓고 있는 환자에게  아버님이  병문안을 갈때마다  어머니께 하시는 말씀이  나는 훗날 아파도 저렇게까지  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해오셨다는 말에 더욱더 그러하였다.     장례를   치루고  돌아와 아버님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우리는 또 한번 울 수 밖에 없었다.    곱게 접어 봉투에  넣어 놓은 내용은  치매를 앓고  계신 중에도 간혹 정신이 돌아오면  적어놓았던  내용같았는데  그 내용은  우리 가족들이 원수처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00 사장을 용서해라는 내용이었다. 00 사장은  우리 가족이 생각만 해도 치를 떠는 사람으로서   아버님 연세 50에  모든 재산을 투자해 공장을 운영하도록 도와준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은  그 사업과 별개로 무역회사를 차려  교묘하게 아버님을 보증인으로 세우는 서류를 꾸며  도장을 찍게해 아버님의  유동자금은 물론이고  살고 계셨던  집마저 노후에  날라가게  하여   아버님이 쇼크를  받아 처음에는 말문을 닫다가  차차 치매증세가 왔었기 때문에  우리 가족들이 용서할  생각조차도 해본일이 없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버님 의 유언장의 내용이니  할 수 없이 그사람에게도 아버님의 임종 소식을  알렸다. 00사장 또한  아버님을 보증까지 세우고도 무역업까지 망해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중이라  아버님의 영전을 찾아온 모습의  행색도 형편없었다.     아버님의 영전에 와서 오열을 하다가  절을 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증오심보다는  그도  얼마나  아버님과  풀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그를 손님석으로  정중히 모시고 술 한잔을 따르며 아버님의 뜻을 전하는 중에도   연신 눈이  빨갛게  충열되어 있었는데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도  일부러 처음부터 아버님께 사기를 치려고  그러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아버님의  죽음은 그 자체로서  무의미한것 만은 아니라 이 세상에 용서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알게 한 의미있는 것이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