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분노] "흑인이라 버려두나" 인종갈등까지 폭발 코스모스펀드 01-04 14:39
이름: 조선일보 2005/9/5(월) [검은 분노] "흑인이라 버려두나" 인종갈등까지 폭발   [   2005-09-05 03:51:38] 본사 허용범·김희섭기자 뉴올리언스를 가다 뉴올리언스는 카트리나 내습 6일째인 3일(현지시각) 대대적인 군 투입으로 외관상 진정된 듯 보였다. 하늘에는 군 헬리콥터가 온종일 어지럽게 날아다녔고, 거리에는 중무장한 군인과 경찰이 말그대로 ‘새카맣게’ 깔려 있다. 약탈과 폭동 양상은 일단 보이지 않는다. 계엄을 방불케 하는 이 도시는 그러나 대규모 ‘진압군’이 만들어내는 살벌함 속에 새로운 분노와 갈등이 끓고 있다. “부시가 흑인들을 죽이고 있다.” “흑인들 중에 생존을 위해 인육(人肉)을 먹은 이도 있다.” 이런 험악한 주장과 소문이 급속히 번져가고 있다. 닷새 동안이나 주로 흑인들이 구조에서 외면되고 도시가 무정부 상태로 방치된 것은 정부가 백인들의 구출과 보호에 집중했기 때문이란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시내에서 만난 흑인들은 강한 적대감마저 나타냈다. 갤러리아 빌딩 앞에서 비닐봉지를 들고 서성이던 한 흑인여성은 ‘왜 여기 있느냐’는 묻자 “나는 차도, 돈도 없다. 어디로 가란 말이냐”고 거칠게 쏘아붙였다. CNN에는 “우리도 시민이다. 우리는 버림받았다”고 눈물을 떨구는 흑인 여성의 절규가 매시간마다 방영됐다. 흑인들의 목소리는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하원의 흑인의원들이 “이들(흑인 이재민들)도 같은 미국 시민들이다”며 집단적으로 정부를 규탄했고, 흑인 코미디언 빌 코스비는 “미국은 다른 나라가 어려울 때는 엄청난 돈을 보내면서 우리 국민들은 방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허리케인이 닥쳤을 때 남아 있던 10만여명 대부분이 흑인이었던 것도 사실은 이들이 갈 곳도, 경제적 여력도 없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백인들이라면 과연 이렇게 했겠느냐”고 묻고 있다. 컨벤션센터로(路)에서 만난 카산드라 로빈슨(여)씨는 “사랑에는 색깔이 없다고 하는데, 내가 여기서 보는 이들은 흑인들밖에 없다. 백인들은 저기 높은 호텔에서만 지내고 있다”고 했다. 뉴올리언스는 미국 사회의 뿌리깊은 인종갈등을 폭발시킬 화약고로 변해가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부터 “부시 행정부의 수재 대처 방식을 보면서 인종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기 시작했다. 인육 관련 소문을 보도한 온라인 매체 드러지 리포트는 “지금 뉴올리언스에서는 수천명의 흑인들이 개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한 흑인의 말을 전했다. [조선일보 허용범, 김희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