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코스모스펀드 01-04 14:46
이름: 클럽먼데이 2005/9/14(수) 가을이 오면.....!!!   어제, 모처럼 농막에 들렀다. 한동안 비워놓은 농막은 곤충, 벌레들 세상이다. 방안엔 노래기가 득실득실. 댓돌주위엔 개미를 포함한 이름 모를 곤충들 천지고 처마 밑엔 가지가지 벌들이 '붕붕' 거린다. 방청소를 끝내고 커피한잔을 마시려는데 커다란 땡벌 한 마리가 날아온다. 재빨리 에프킬러를 뿜었더니 마치 고공낙하를 하듯 댓돌 바로 옆에 수직으로 떨어진다. 커피를 마시며, 열어놓은 방문 너머로 파란 하늘을 본다. 아~~ 가을이구나!!! 나이를 잊은 채 주책없이 센티멘탈로 흐르려나보다. 웬지 허전하고 삶이 시시하다. 어느새 내 역사에 너무 많이 채워진 시간이 서럽다. 아무래도 이러다간 눈물을 ‘찔찔’ 짤 것 같아서   맘을 추스르며 무심코 댓돌아래를 내려다본다. 앗!!! 아까 단매에 죽은 줄 알았던 땡벌이 여태 살아있다. 온 몸을 뒤틀며 아직까지 죽음과 투쟁을 벌이고 있다. 헌데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 벌의 모양이다. 분명 몸통이 내 새끼손가락과 어금버금하던 큰 벌이었는데 놀랍게도 한 30여분 만에 몸통이 성냥개비처럼 가늘어졌다. 세상에, 죽음으로 가는 고통이 얼마나 처절했으면 저렇게 온 몸이 쪼그러 붙었나!!!! 참말로 아무리 미물이지만 못할 짓을 했다. 예전 친척할아버지의 임종이 떠오른다.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 숨을 거둘 때다. 거친 숨을 쉬며 드디어 숨이 멎는다. 자손들이 아이고땜을 놓고 애통한 곡을 터트린다. 헌데 잠시 후, 큰 숨을 내 뿜으며 다시 살아난 친척 할아버지. 이틀에 걸쳐 세 번이나 그 일을 반복한 후 네 번째에 영원히 잠드셨다. 헌데 그 임종을 지켜본 식구들은 모두 넋이 달아났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든지. 친척할아버지는 그 이틀사이에 몸이 절반으로 줄었단다. 그 참혹한 모습을 지켜본 이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모두 한마디씩 했다. ‘아유~~ , 노년에 보약을 너무 자주 드셔서 그렇구만’ ‘아녀 아녀, 평소에 뱀술을 즐겨 드셔서 그려’ 그 임종을 함께 한 울 할아버지도 얼마나 놀라셨는지 곧바로 보약을 몽땅 버리셨고 둘째 집 당숙은 몰래 담아놓은 능구렁이 술독을 깨트렸다. 그 무렵 울 할아버지의 목표는 白壽(백수)였다. 백살까지 살면 나라에서 상을 준다며 그 상을 기어코 타겠다고 벼르시며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 아니, 왜놈과 목심 걸고 싸우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과거시험에 급제하는 것도 아니고  기냥 살아만 있으면 주는 상을 못 타면 등신이지!!!” 드물게 대범하고 강단이 센 할아버지가 질겁했던 그 일. 사람만 힘든 줄 알았는데 생물은 모두 그런 것인가? 아! 어쩌다 난 이런 실수를 했는가? 아니, 하필이면 그 모습을 왜 보았을까? 지금이라도 단숨에 숨통을 끊어줄까? 그래야만 훨씬 자비로울 텐데 차마 그 짓도 못하겠다. 한없이 맘이 약해지는 가을이 난 두렵다. 가을엔 매사를 조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