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 코스모스펀드 01-04 14:47
이름: 본전원정대 2005/9/18(일) 천사와 악마   비행기가 구름 아래로 내려와 어둠속에 반짝이는 불빛의 선을 따라 하강을 시작했다. 곧 착륙한다는 기내 방송이 나오는 순간 난 바바리코트에 손을 넣어 휴대폰의 전원을 켰다. 오늘 그녀와 다섯시간에 걸친 짙은 사랑을 나눈 뒤 비행기에 올랐지만 하늘에 떠있는 한시간동안 그녀의 음성을 못들어 무척 고통스러웠다. 전원이 켜지고 짧은 진동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긴 진동이 시작되었다. 액정엔 " 천사 "가 찍혀있었다. " 달링~  어디야? 내가 전화할려는 참이었는데. " " 집이야.  자기 시키는데로 곧장 집으로 왔쥐이. 목소리 듣고싶어 죽을뻔했어. " " 나도 그래.  만약 비행시간이 10분만 더 길었더라면 난 죽어서 내렸을거야.  그리움과다로 즉사. " " 자기야 사랑...... " 그녀는 늘 사랑한다라고 말을 맺는다. 사랑해가 아닌 " 사랑한다". 남성적인 표현이지만 난 그 표현을 사랑했다. 그런데 그 순간엔 사랑까지만 들렸다. 왜 " 한다 " 가 들리지 않는걸까? 얼마나 시간이 흐른뒤에 내가 눈을 떴는지 모른다. 눈을 뜨자 눈에 익은 몇개의 얼굴뒤에 냉랭한 표정의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마누라는 슬픈건지 피곤한건지 구별안되는 표정으로 서있다가 내가 의식을 찾는것을 보고는 방을 나가 버린다. 어딘지 왜 여기에 있는지 이 사람들은 누군지 모르는것 투성이다. 난 여기 있기전 뭘하고 있었지? 누군가 녹음기를 입가까이 들이댄다. " 김본전씨. 비행기내엔 휴대폰 통화가 금지된걸 몰랐습니까? 아님 고의로 그런건가요? " 그랬었다. 난 그때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었다. 사랑한다라는 그녀의 음성이 머리속을 관통했다. 근데 여긴 왜? " 김본전씨가 휴대폰으로 통화하는동안 관제탑의 착륙유도 전파가 잘못 전달되었고 즉시 비행기가 추락했습니다.  35명이 사망했고 129명이 부상했습니다. " 모르는 얼굴이 알수없는 이야길 하고 있었다. 모르는 얼굴이 말을 계속했다. " 나쁜 소식하나와 좋은 소식하나가 있는데 어느것을 먼저 들으시겟습니까? " " 좋으실대로 하시죠. " " 나쁜 소식은 당신이 종신형에 처해질거란 사실입니다. 좋은 소식은 당신이 한달안에 사망할것이란 의사의 진단이죠. 그것은 감옥엔 안가도 된다는걸 의미합니다. "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다. 난 다시 의식을 잃었다. 흐릿한 어둠속에 천사, 나의 달링이 두 팔을 벌려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시한부의 삶이 시작되었다. 의사가 말한게 정확하다면 난 달력이 젖혀지기전에 죽는다. 마누라가 무표정하게 침대앞에 서있다. " 그래....결국 세기의 사랑을 하는군. 늘 소원했던대로. 사람까지 죽여가면서 사랑을 나눈 기분이 어때? " " 다 알고있군. " " 흥!  나만 아나 어디? 전 국민이 다 아는데. 그 마지막 통화 정말 멋져. 9시 뉴스를 통해서 전국에 방송되었는데 그 이상의 가치가 있더군. 그리움과다로 인한 즉사?  웃기는군. 많은 사람들이 즉사하긴 했지. " " 내 잘못이 아냐!  비행기보다 휴대폰을 나중에 만든 과학자들 잘못이라구. " " 입은 살아가지고. " 마누라는 방을 나가고 난 돌아누웠다. 뜨거운 눈물이 뺨을타고 흘렀다. " 달링~  어디있는거야? 나 곧 죽는데.  달링~ 어디있어? 보고싶어 미치겠단 말야. " 마눌의 얼굴이 조금씩 삐뚤어지고 입술이 푸른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파란 입술이 파르르 떨리다가 단어를 찾았는지 말을 시작했다. " 뭐라 말했지 방금?  다시 말해줄래? " " 달링을 불러줘.  남은 시간 달링이랑 보낼래. " 찰싹. 마누라가 손바닥에 날을 세워 뺨을 후려쳤다. " 까불지마. 내가 네 삶을 더 단축시키기 전에. " " 불러줘. " " 안돼. " " 왜 안돼? " " 내 맘이야. 그냥 이대로 있다가 죽어. " " 당신은 악마군. " " 몰랐어? 이제 알았단말야?  흥! 안됐네. 악마가 떠주는 죽을 먹게되서.  " 마누라가 방을 나가자 마자 난 다시 돌아누웠다. 또다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달링~  달...링~ 다아아알리이이이잉잉잉~ 천사의 품에 안겨 그녀의 가슴팍을 파고들다가 눈을떠보니 악마가 내려다 보고 있다. 악마답게 빨간눈알이었다. " 내가 조금 착해지기로 했어. 둘이 만나는건 안되고 그 년한테 편지쓰라 할께. 그년이 편지를 쓰면 내가 전해주겠다고. " " 정말? 근데 달링을 만날수 있어? " " 흥! 그년도 독한년이더군. 사람을 수십명을 죽여놓고도 뻔뻔스럽게 병원에 매일 찾아오네. 좋겠다. 그런 독한년의 사랑을 받아서. " " 만나게 해줘. " " 까불지마. 편지전달하는것도 많이 봐준거야. " " 그럼 어서 편지라도 전해줘. " " 기다려봐. 내가 말했으니까 지금 쓰고 있겠지. " " 고마워. " 악마가 나가자마자  난 또 돌아누웠다. 문이 열리고 악마가 들어왔다. 악마는 내 앞에 서서 하얀 종이를 펼쳤다. 그 얼굴은 독립선언문을 낭독하는 독립투사의 얼굴이었다. " 읽어줄께. " " 어서! " " 뭐야 이거 제목도 있네.....제 생애 스물다섯번째 슬픈 편지!  참 지랄들 한다. 네가 25일뒤에 뒈진다는건 정확히 아네. 난 한참 더 남은줄 알았는데. " " 어서 읽어줘. " " 참 내가 말했던가? " " 뭘? " " 글짜 한자에 한대씩 맞는다는거. " " ................... " " 읽는다.............사랑하는 본전씨. 지금이 꿈이 아닌걸 난 지나간 수십일간 확인하고 또 했어요. 여전히 꿈이 아니라는 확인만이 제가 가진 모든것이군요. 아니 한가지 더 본전씨에 대한 사랑이 있군요. 본전씨. 나 죽을것 같아요. 본전씨가 너무 그리워서 정말 죽을것 같아요. 아니 어쩌면 이미 죽었는지도 몰라요. 그 그리움은 분명 사람을 죽게 할만한거였고 전 이미 죽었고 영혼이 되어 본전씨 병상을 떠돌다가 이렇게 타인의 육신을 빌려 편지를 쓰는건지도 몰라요. 아~~~ 본전씨. 제가 그랬었잖아요. 제가 병상을 지킬수 있기 전까진 절데 아프지 말아달라고. 흑흑 이게 할말의 다여요. 더 쓸 시간이 없어요. 하느님께 본전씨를 살려달라고 기도해야 하거든요. 본전씨~~~ 본전씨~~~ 사랑해요. " " 흐으으으~~~~ 우아아아앙~~ 달리이이잉잉잉~ " " 참 눈꼴셔서 못보겠다. 참말로 유치한것들이네. " " 혼자있고 싶어. " " 나가줄께. 그전에 대가리 갖다대. 맞을건 맞아야지. 총 290대야. " 빡~ 똑 같은 소리가 똑 같은 크기로 그 방안에 289번 더 메아리 쳤다. " 잘자. " " 달링에게 전해줘. " " 뭘? " " 제목은 쓰지마라고. " 그리고 25일이 더 흘렀다. 난 25일동안 달링이 써준 25통의 편지를 악마의 낭독을 통해 읽었다. 천사는 매일 제목을 썼고 마지막날의 제목은 " 내 생애 제일 슬픈편지 "였다. 난 이미 그 전날 그 다음날의 제목을 알고 있었다. 내가 만약 하루 더 산다면 그 땐 제목이 뭘지 궁금했다. 숫자가 하나하나 줄을때마다 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잊어왔다. 나의 마지막 바램은 천사가 써준 마지막 편지를 들으며 숨을 거두는 것이었다. 그리고 난 바램한데로 악마가 마지막 한줄을 읽는 그 순간 죽었다. 죽은뒤에 악마가 나를 때렸는지는 알수없었다. 악마는 조용히 죽은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잠시 후 죽은 남자의 이마로 향했다. 그리고는 손을 이마에 가져가 머리칼을 쓸어 넘기고는 몇번 쓰다듬고는 그 이마에 입을 맞췄다. 악마의 팔이 죽은남자의 등뒤로 감겨지고 힘을주고 꽉 끌어당겼다. 그리고 병실의 햇살이 사라지고 어둠이 그 방을 가둔뒤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시계종소리가 새벽을 알릴때 악마가 중얼대기 시작했다. 그것은 지옥에서 들려오는듯한 흐느낌이었다. " 바보~   기분은 어때?  죽으면 모든걸 안다고 하던데.  이제 알았니? 천사는 없어. 너 다친뒤에 종적을 감춰서 아무리 찾을래도 찾을수가 없었단 말야~~ 하늘에선 꼭 천사를 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