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이기섭 2001/10/13(토) 13:02

"묘수가 잦으면 진다"   장기나 바둑을 둘 때 기습적인 얕은 수나 돌발적인 묘수로 큰 수확을 거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국수나 대가들의 대국을 보면 반짝이는 기발한 수 들을 제쳐두고 대국 전체의 승리를 향한 큰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조용하면서 평이한 수를 선택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묘수이기는 하나 자칫 잘못하면 패착이 될 수 있는 수는 알면서도 일부러 피하는 것입니다. 엄청난 자제력입니다. 저는 2 년 동안 한 번도 대세 바닥이라는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일부 기술적으로 경이적인 수익률을 보인 종목들이 눈에 띄었지만 애써 외면하였습니다. 물이 흐르듯이 투자의 정도를 걷다보면 십 년, 아니 수 십 년간 투자에 성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그 동안의 긴 칩거를 끝내고 조용히 긴 여정을 떠날 준비를 할 때가 가까워 오고 있습니다. 하락기에 손실로 마음이 상한 분들이 많은 것처럼 상승기 역시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상승기에 참여할 자금이 없는 분들의 서글픔. 투자하는 자금이 적어 안타까운 마음들. 많은 자금일지라도 만족스럽지 않은 수익률. 상승기의 방심으로 부실기업에 투자하여 크게 실패하는 분들. 그리고 갈 길은 멀기만 한데 순식간에 찾아오는 다음 대세 하락. 올 년초에 대세 바닥이 멀지 않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때 종합지수가 483 p 이번 테러에 의한 주가 폭락에도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때 지수가 464 p. 약 19 p 차이밖에 되지 않습니다. 미국의 아프간 공격과 테러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잔혹성이 전쟁과 테러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놀랄 일도 아닙니다. 국가와 단체 개인 그리고 종교조직들에게서 볼 수 있는 비정함은 인간들이 자연계의 유일한 암적 존재라는 말이 옳은 것 같습니다. 종목별로 투자시기가 다르겠지만 대세와 지수 개념에서 본다면 이러한 긴장상태가 조금 가라앉은 다음에 투자시기를 고려해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마음을 졸이는 투자보다는 편안한 수면을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