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edaily 전미영기자] 2003/1/31(금) 16:37

옮긴 글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고위 관계자들의 입에서 "이라크에게 허용된 시간이 다하고 있다"는 말이 자주 흘러 나오고 있다. 보다 직설적으로는 "결정의 순간이 임박했다"는 경고성 발언의 형태를 띠기도 하고 "마지막의 시작"이란 표현도 심심찮게 사용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새해 국정연설을 통해 개전 의지를 분명하게 표명했다. 첫 총성이 울리는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인지, 미국이 주어진 시한 내에 동맹국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는 불투명하지만 극적인 계기가 없는 한 상황은 전쟁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각종 외신들이 점치는 이라크 데드라인은 2월 말 혹은 3월 초다. 그 시점까지는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공격 결정이 공식화될 것이란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따라서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의 표현대로 "외교전의 최종 국면"에 들어선 미국은 앞으로 수주 동안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에 관한 정보 공개를 비롯해 손에 들고 있는 모든 카드를 펼쳐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월 31일, 미영 정상회담 프랑스와 독일이 이라크에 대한 군사 공격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미국을 방문, 부시 대통령과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담을 갖는다. 이라크 공격을 두고 미국을 가장 강하게 지지해온 영국의 입장은 최근 더욱 강경해졌다. 블레어 총리가 한 때 사찰단에 시간을 더 줘야 한다며 한 발 물러 서는 듯 했으나 수사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이 사찰단의 결과 보고와 관련, 이라크가 결의안 1441호에 대해 "중대한 위반"을 저질렀다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것은 의미가 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캠프 데이비드 회담에선 전쟁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전쟁을 위한 플랜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미국이 이미 전쟁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으며 다만 블레어 총리를 "허수아비"로 만들지 않기 위해 31일 회담 이후로 입장 표명을 미룰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2월 5일, 미국 이라크 관련 증거 제시 부시 미국 대통령은 새해 국정연설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2월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의 무기보유 증거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1962년의 "애들라이 스티븐슨 모먼트"와 유사한 "콜린 파월 모먼트"를 통해 이라크에 대한 무력 행사를 정당화하려 시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스티븐슨은 구소련이 미국 동부의 주요 도시를 사정권에 둔 미사일 기지를 쿠바에 설치하려 했다는 사진 증거를 제시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파월 모먼트는 당시처럼 극적인 상황 반전을 이끌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파월 장관이 제시할 증거는 이라크로부터 망명한 이들과의 인터뷰를 포함한 추론적 증거 위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쿠바 미사일 위기 때와 같은 생생한 사진 증거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제시할 증거와 관련,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이라크와 알카에다 테러 조직의 연관을 증명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부시 대통령이 국정 연설에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 및 개발 시도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으나 객관성 확보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만큼 미국은 전쟁 정당화를 두고 이날 유엔에서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2월 14일, 사찰단 안보리 보고 지난 27일 이라크 사찰 결과 보고에서 이라크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부각시켰던 유엔 사찰단의 안보리 추가 보고가 이날로 예정돼 있다.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라크에 대한 무력 제재를 천명하는 2차 결의안 통과 시도가 이날 이전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사찰단의 준 최종 결론이 나오기 전에 무력재제를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비논리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번 보고에서도 사찰단이 "의혹은 있으나 증거는 없다"는 내용을 되풀이할 경우엔 미국은 더 이상 기다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한 마지막 수순으로 2차 결의안을 즉각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는 이와 관련, 프랑스의 지속적인 반대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이라크 2차 결의안 통과를 낙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보리 상임 이사국 가운데 러시아가 입장 변화 조짐을 보여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러시아 외무부는 부시 대통령의 연설 이후 29일 성명을 통해 "미국이 제시할 예정인 이라크 관련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주의깊게 분석할 준비가 돼있다"라고 밝혀 전쟁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