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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환 유발’ 치명적 독성물질 대구까지 올라왔다 코스모스펀드
08-04 09:38
등록 : 2012.08.03 20:07 수정 : 2012.08.03 21:12











원래 남조류는 대청호 등 호수와 하굿둑에 막힌 낙동강 하류에서 관찰됐다. 4대강 사업으로 호수화되면서 3일 남조류가 대구 문턱인 도동서원까지 이르렀다.

[토요판 커버스토리] 남조류의 북상
녹색연합과 <한겨레>가 최근 낙동강 일대 조사 결과
남조류가 대구까지 올라왔다 브라질에서 88명이 죽었던
치명적 독성물질이 그 속에 있다

낙동강 하류에서 주로 나타났던 남조류의 일종인 독성물질 ‘마이크로시스티스’가 중류인 대구시까지 북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과 <한겨레>가 7월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낙동강 일대를 조사한 결과, 녹조현상이 대구시 달성군과 경북 고령군 일대를 뒤덮은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오후 늦게까지 녹조는 달성보 상류인 고령교에서부터 박석진교, 도동서원, 율지교 등 합천창녕보까지 낙동강 중류에 광범위하게 퍼진 상태다.

지난 1일 도동서원과 낙동대교 등 3곳의 강물을 채수해 전문기관에 의뢰한 결과, 모두 마이크로시스티스가 우점종인 것으로 분석됐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간질환을 일으키는 독성 원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을 함유하고 있고, 이를 장기 음용한 조류와 가축 등 동물이 대량 폐사했다는 보고가 있다. 국내에서는 인체에 대한 급성 중독 사례가 없지만, 1988년 브라질에서는 2000명에게 전염병이 나타나고 88명이 숨졌다.


왜 남조류가 번식하고 있을까?
환경단체는 보로 막힌 물 정체를 주요 원인으로 본다
환경부는 고온현상 탓을 한다


장하나 의원의 첫 공개, 환경부의 반박









남조류를 분석한 결과,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티스로 밝혀졌다.(위) 원래 남조류는 대청호 등 호수와 하굿둑에 막힌 낙동강 하류에서 관찰됐다. 4대강 사업으로 호수화되면서 3일 남조류가 대구의 문턱인 낙동대교까지 이르렀다.
낙동강 중류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로 부산시 서낙동강 등 하류에서 문제가 됐던 녹조는 올해 들어 중·상류 쪽으로 치고 오르고 있다. 6월 말 경남 함안군의 칠서·본포 취수장 등 창녕함안보 직상류까지 옮아오더니 급기야 합천창녕보를 넘어 북상한 것이다. 녹조는 이미 달성보를 넘어 대구시 문턱까지 다가갔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환경공학)는 “4대강 사업으로 새로 생긴 보가 물길을 막으면서 녹조현상이 낙동강 중류로 북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높은 온도 △느린 유속 △많은 열사량 등 세 조건이 맞아떨어질 때 대량 번식한다. 국내에선 대청호와 안동호 등 호수에서 관찰됐고, 하천에서는 낙동강 하굿둑 근처에서만 주로 발생했다. 이번에 발생한 낙동강 대구 달성, 경북 고령, 경남 합천 구간은 아래위로 달성보와 창녕합천보가 물을 가두고 있다.

남조류는 1990년대 부산시가 매년 겪던 골치 아픈 문제였다. 1995년에는 화명정수장에서 공급한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티스의 독성 원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돼 홍역을 치렀다. 이런 수질 논란을 겪으며 부산시는 전국 최초로 모든 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설치했고, 최근 들어선 녹조의 주범인 낙동강 하굿둑을 개방하자는 요구가 터져나오고 있다. 김좌관 교수의 말이다.

“지금 낙동강에 하굿둑 8개가 새로 생긴 거라고 보면 됩니다. 그동안 중류는 총인(부영양화 원인 물질) 농도가 높지만 강물이 흘렀기 때문에 녹조가 안 피었던 것이거든요. 그런데 보가 차례로 세워졌으니….”

7월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의원(민주당)은 창녕함안보에서 남조류 세포가 최대 1만7000개 검출되는 등 낙동강 전역에서 남조류가 발견됐다는 환경부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4대강 사업 때문에 “남조류가 우글우글해졌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두 가지 반박을 내놓았다. 첫째는 “낙동강의 정수장엔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완료돼 있어 조류 발생으로 인한 수돗물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낙동강엔 과거에도 남조류가 발생했으므로 4대강 사업이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일부 정수장엔 고도정수처리시설도 없어









야자나무를 태운 숯으로 만든 활성탄 여과시설을 이용하면 마이크로시스티스의 독성을 없앨 수 있다. 창원시 칠서정수장의 고도정수처리시설.
하지만 녹색연합과 낙동강 정수장 현황을 조사한 결과, 중류의 일부 정수장은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구미시, 김천시, 칠곡군 주민들이 이용하는 시설용량 46만4000t의 구미정수장을 비롯해 상주 도남정수장, 예천정수장 등도 마이크로시스티스를 걸러내는 장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8년 동안 이곳에서 일했지만 이번에 처음 봤어요. 클로로필-에이(물속의 엽록소 농도)가 17㎎/㎥ 정도로 높지 않아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농도도 조금씩 올라가고 취수장 밖의 강물도 파래지는 거예요. 서둘러 물을 떠서 현미경으로 관찰해보니 마이크로시스티스였어요.”

30일 함안군 칠서정수장에서 만난 임영성 수질검사실장은 지난 6월 말 이곳에서 일어난 남조류 발생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겨울철 규조류(독성이 거의 없음) 같으면 경험이 있으니까 며칠 뒤에 어느 정도 번식하겠다고 예상을 해요. 그런데 남조류는 여기서 거의 본 적이 없으니까….”

환경부는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수질예보제를 새로 만들어 시행했다. 클로로필-에이를 먼저 본 뒤, 높을 때에만 남조류를 관찰하는 방식이다. 클로로필-에이가 70㎎/㎥를 초과해야 가장 낮은 주의보인 ‘관심’ 단계를 발령하는 것으로 정했다. 그리고 남조류 세포 수가 500개 이상이어야 비로소 ‘주의’ 단계로 상향 조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클로로필-에이 농도와 남조류 세포 수는 상관성이 크지 않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07년 한 보고서에 “남조류는 단세포에서 수천의 세포로 구성된 군체 등 세포 크기가 다양하다”며 “클로로필-에이 농도와 남조류의 상관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게다가 마이크로시스티스가 발견되더라도 세포 수를 세거나 독성 검사를 하라는 지침도 마련돼 있지 않다. 독성 검사를 하려면 3억원짜리 특수 검사기기가 필요한데, 이를 갖춘 정수장은 부산과 서울의 대규모 정수장 정도뿐이다. 독성물질이 북상하고 있지만, 수돗물 안전 시스템은 전무한 것이다.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현장팀장은 “4대강 사업 때문에 남조류 문제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환경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라며 “오히려 수질예보제를 4대강 수질 악화의 면죄부 구실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무엇 때문에 없던 남조류가 번식하고 있을까? 환경단체는 보로 막힌 물의 정체를 주요 원인으로 본다. 반면 환경부는 최근의 고온 현상에서 원인을 찾는다. 이에 대해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낙동강 수질 전문가가 말했다.

“원래 낙동강 중류는 남조류가 뜨는 곳이 아니에요. 항상 낙동강 하구에 먼저 뜨고 물금(경남 양산시)에 떴죠. 그런데 이번에 보세요. 녹조가 낙동강 하류부터 뜨는 게 아니라 중류(도동나루)에서 먼저 시작됐어요. 순서가 바뀌었잖아요. 원인은 보로밖에 볼 수 없어요.”

낙동강 하구와 대구시 사이에는 창녕함안보와 합천창녕보, 달성보가 새로 생겼다. 이 세 개의 보가 물의 정체를 일으키면서, 하굿둑보다 빨리 남조류를 만들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화학약품에 기대야 할지도 모를 낙동강 운명






<한겨레>가 입수한 환경부 주최 ‘조류 전문가 포럼’의 지난 5월 발표문을 봐도 비슷한 결론에 이른다. 낙동강 하류의 대표적 수질 측정지점인 물금의 남조류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매년 대량 번식했다가 2000년대 들어 급격히 줄어든다.(그래프 참조) 마이크로시스티스가 우점종인 남조류 세포 수는 1㎖당 1994년 7월 480만개에 이르는 등 90년대에는 수십만~수백만개까지 치솟았지만,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최대치가 수백~수천개 수준으로 떨어진다. 다만 2008년과 가뭄 때문에 전국적으로 수질이 안 좋았던 2009년에 악화된 적이 있었을 뿐이다. 대구시의 하수처리장 성능을 개선해 수질이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환경부는 낙동강 중·상류의 남조류 대발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물환경연구소도 각 보를 기점으로 수심과 거리에 따른 3차원 부영양화 상태를 조사했다. 지난 5월 나온 결과를 보면, 칠곡보의 경우 보 상류 25㎞ 지점에서 보에 가까워질수록 클로로필-에이 농도가 높아졌고 보 직상류에서는 50㎎/㎥를 초과했다. 연구소는 “구미하수처리장에서 유입된 인 때문에 조류 증식이 촉진되는 것”으로 보고했지만, 칠곡보가 없었다면 이렇게 높지는 않았을 거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영산강 승촌보 등 각 보의 관리부서에서는 녹조방지제까지 구입해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낙동강 환경청 관계자는 “4대강 사업 이전을 포함해 이제껏 낙동강에서 수질 때문에 녹조방지제를 살포한 적은 없다”고 말했지만, 앞으로 화학약품에 기대야 할 일이 생길지 모른다. 하지만 알루미늄 계열의 응집제를 대량 살포하면 생태계에 강한 독성을 초래한다. 낙동강 수질 전문가가 말했다.

“위기 대응 매뉴얼이 전혀 없어요. 이를테면 남조류 대발생 때 언제 얼마만큼 안동댐 방류를 하고 낙동강 8개 가동보의 수문을 열지 시스템이 없는 거죠. 관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학자들은 조용히 있겠지만 앞으로도 남조는 계속 뜰 겁니다. 국민들만 계속 불안해지는 거죠.”

낙동강/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